logo
경제/money
 

일요일 밤만 되면 결제 버튼을 누르던 내가 쇼핑 앱을 지우지 않고도 지갑을 지킨 방법

일요일 밤만 되면 결제 버튼을 누르던 내가 쇼핑 앱을 지우지 않고도 지갑을 지킨 방법

혹시 지금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서 스마트폰 스크롤을 내리고 계신가요? 특히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싶은 일요일 밤 11시쯤 말이에요. 저도 그랬거든요. 내일부터 다시 시작될 출근길, 쏟아질 업무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뭐라도 보상받아야겠다는 보상심리가 발동하죠. 그때 제 손가락은 자석에 끌리듯 쇼핑 앱의 '오늘만 특가'나 '베스트 아이템' 탭을 향하곤 했습니다.

월요일이 오는 게 무서워서 일단 사고 봤습니다

어느 날 문득 제 방 구석을 봤는데, 뜯지도 않은 택배 박스가 세 개나 쌓여 있더라고요. 내용물이 뭐였는지 기억도 안 나서 열어보니 하나는 예쁜 쓰레기가 될 게 뻔한 인테리어 소품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미 집에 세 개나 있는 비슷한 색상의 립스틱이었습니다. 분명 결제할 때는 '이건 나에게 꼭 필요한 힐링이야'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는데, 정작 배송이 왔을 때는 설렘조차 사라진 상태였죠.

이게 바로 전형적인 '감정 소비'더라고요. 돈을 쓰는 게 아니라, 일요일 밤의 우울함을 지우기 위해 '결제 완료'라는 찰나의 쾌감을 사는 거였습니다. 통장 잔고는 줄어드는데 마음의 허기는 채워지지 않는 이상한 굴레에 빠졌던 거죠. 그래서 저는 쇼핑 앱을 지우는 극단적인 방법 대신, 조금은 느리고 귀찮은 나만의 필터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장바구니는 나의 대나무 숲

제가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장바구니 48시간 숙성법'입니다. 예전에는 마음에 들면 바로 'N페이'로 1초 만에 결제했다면, 이제는 일단 장바구니에만 담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해줍니다. "그래, 이거 진짜 예쁘다. 근데 지금 말고 모레까지만 기다렸다가 사자."

정말 신기한 건, 일요일 밤에 미칠 듯이 갖고 싶었던 그 물건이 화요일 아침 출근길에 다시 보면 '내가 이걸 왜 사려고 했지?' 싶을 정도로 매력이 뚝 떨어진다는 거예요. 장바구니는 저에게 일종의 대나무 숲이 되었습니다. 사고 싶은 욕구는 배출하되, 실제 내 돈이 빠져나가는 건 막아주는 안전장치인 셈이죠. 이렇게만 해도 한 달에 멍청하게 써버리던 20~30만 원이 금방 굳더라고요.

'이거 사려면 몇 시간 일해야 하지?'라는 치트키

또 하나 강력한 방법은 물건의 가격을 '노동 시간'으로 치환해 보는 거였어요. 예를 들어 5만 원짜리 니트가 사고 싶다면, 단순히 "5만 원이네?"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걸 사려면 내가 사무실 책상에 앉아 꼬박 4시간 동안 상사 눈치를 보며 타이핑을 쳐야 하는구나"라고 바꿔 생각하는 거죠.일요일

내 피 같은 반나절의 노동력과 이 니트 한 장을 맞바꿀 가치가 있는가를 따져보면, 열 번 중 여덟 번은 조용히 창을 닫게 됩니다. 특히 1~2만 원대의 소액 결제들이 무서워요. "에이, 치킨 한 마리 값인데 뭐"라며 가볍게 넘기던 것들이 모여 내 귀한 휴일과 맞바꾼 노동 시간을 갉아먹고 있었거든요. 여러분도 결제 직전 딱 한 번만 생각해보세요. 이 물건이 내 업무 시간 몇 시간과 맞먹는지 말이에요.

결국 내가 사고 싶었던 건 물건이 아니었다

사실 일요일 밤마다 쇼핑 앱을 뒤적였던 진짜 이유는 물건이 필요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단지 월요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일주일 동안 고생한 나를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죠. 그걸 깨닫고 나니 돈을 쓰지 않고도 나를 대접하는 방법들이 보이더라고요.

요즘 저는 일요일 밤에 쇼핑 앱 대신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일기를 쓰거나, 좋아하는 향의 입욕제로 반신욕을 합니다. 아니면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 한 편을 집중해서 보기도 하죠. 5,000원짜리 입욕제 하나면 10만 원짜리 충동구매보다 훨씬 깊은 만족감을 주거든요. 소비로 채우려 했던 공허함은 결국 정성스러운 휴식으로만 채워진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도 장바구니에 무언가 담겨 있나요? 그렇다면 딱 모레 아침까지만 기다려보세요. 그때도 그 물건이 여러분의 노동 시간과 바꿀 만큼 빛나 보인다면, 그건 정말 필요한 물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마 대부분은 소리소문없이 장바구니에서 삭제될 거예요. 우리, 이제 일요일 밤의 우울함을 돈으로 태우지 말아요.

#감정소비 #절약노하우 #미니멀라이프 #가계부 #자기계발

LOGIN
끝장토론
[끝장토론] 평생 한 종류만 먹어야 한다면 당신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