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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슈
 

'스토킹 처벌 강화' 3년, 뉴스가 말 안 해주는 '미검거율 63%'의 구조

2023년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전면 시행된 지 3년. 법원의 처벌 수위는 눈에 띄게 높아졌고, 검거 건수는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뉴스는 이 숫자를 두고 '강력한 법 집행'의 성과라 부른다. 하지만 그 이면에 63%라는 숫자가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전체 스토킹 신고 중 실제로 검거까지 이어진 비율은 37%, 나머지 63%는 '증거 불충분'이나 '피해자 진술 번복'이라는 이름으로 수사망을 빠져나갔다. 우리는 도대체 어떤 범죄에 대해 '대응이 강화됐다'고 말하고 있는 걸까.

'스토킹 처벌 강화' 3년, 뉴스가 말 안 해주는 '미검거율 63%'의 구조

처벌은 강해졌는데, 왜 검거는 여전히 낮은가

스토킹 처벌법 시행 이후 법원의 유죄 판결률은 85%에 달한다. 일단 재판에 오르면 유죄가 거의 확실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체 신고 건수 대비 실제 기소율은 25% 수준에 불과하다. 법정에 서기 전 단계, 즉 수사 과정에서 사건이 걸러지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피해자가 증거를 만들어야 하는 구조

현행법상 스토킹 범죄는 '지속성'과 '반복성'을 입증해야 성립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증거가 피해자 스스로 수집해야 한다는 점이다. 상대방의 접근을 차단하고, 메시지를 저장하고, 목격자를 확보하고, 심지어 '불안감'을 느꼈다는 사실까지 의학적 소견으로 남겨야 한다. 가해자의 행위를 입증하는 건 기본이고,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까지 '객관적 자료'로 만들어야 하는 이중 부담이 피해자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경찰의 초동 대응에도 구조적 맹점이 존재한다. '스토킹 행위'로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하지만, 가해자가 이미 자리를 떠난 후라면 '현행범 체포'가 불가능하고, 이후에도 쌍방 간의 연락 내역을 살펴보며 '단순 갈등'과 '범죄'의 경계를 판단한다. 문제는 이 판단이 가해자의 진술을 믿는 쪽으로 기울기 쉽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감정적으로 호소할수록 '과잉 신고'나 '갈등의 한 축'으로 재규정되는 아이러니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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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라는 미검거율이 던지는 진짜 질문

검거율 37%라는 숫자는 단순히 '경찰이 못 잡는다'가 아니라, '범죄의 정의' 자체가 피해자의 책임으로 방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검거되지 않은 63%의 사건들 중 다수는 '혐의없음' 처분보다 '증거 부족'이나 '피해자 진술 불일치'로 종결된다. 이는 가해자가 무엇을 했는지보다, 피해자가 얼마나 완벽하게 기록했는지가 처벌을 좌우하는 역전된 구조를 뜻한다.

반복되는 신고가 '또 한 건의 사건'으로 취급되는 현실

스토킹 범죄의 특성상 피해는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시간에 걸쳐 누적된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업무 시스템은 '건 단위'로 사건을 처리한다. 첫 신고에서 증거가 부족해 종결되더라도, 두 번째 세 번째 신고가 접수되면 전과는 '단순 누적'으로만 참조될 뿐, 하나의 연속된 범죄로 통합 수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가해자는 과거의 신고 이력이 있어도 처벌을 피해가며 수위를 조금씩 높여갈 수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 일부 주에서는 '스토킹 행위'의 반복성을 입증할 때 피해자의 주관적 공포감을 '전문가 증언'으로 인정하고, 전담 수사팀이 행위의 패턴을 분석해 통합 기소하는 방식을 취한다. 피해자가 처음 신고한 시점부터 '위험성 평가'를 실시해 재발 가능성을 점수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초기 신고 단계에서도 적극적 개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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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강화 정책이 놓친, 가장 기초적인 지점

스토킹 처벌법 시행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접근 금지' 임시 조치의 활용 증가다. 법원의 잠정조치 발부 건수는 3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이 조치가 실제로 위반됐을 때의 후속 조치, 즉 체포와 구속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여전히 15%에 그친다. 법원은 '조치 위반'을 처벌하지만, 그것이 효력을 발휘하기 전에 추가 범죄로 이어지는 사건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통계의 어두운 골짜기에 남는다.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위한 예산은 어디로 갔나

법무부와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스토킹 대응 예산은 지난 3년간 매년 증가해 올해는 500억 원을 넘겼다. 그러나 그 상당수는 가해자 처벌을 위한 시스템 구축과 수사 인력 확충에 배정됐다. 정작 피해자가 신고 과정에서 필요한 '변호사 조력 비용', '전담 심리 상담', '임시 주거 지원' 등은 전체 예산의 15% 미만이다. 피해자가 신고를 하려면 법적 지식과 경제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처벌 강화라는 이름의 예산이 정작 사건을 수사 단계로 끌어올리는 '피해자 지원'에는 인색한 것이다.

이런 구조는 피해자에게 이중의 고통을 안긴다. 가해자가 처벌받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완벽한 '증거 제출자'가 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압박과 비용은 전적으로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 시스템은 피해자를 보호하는 대신 피해자에게 '성공적인 고소'라는 새로운 의무를 부여하는 셈이다.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사회적 인식의 각도

스토킹 범죄의 검거율이 낮은 또 다른 이유는 사회적 인식에 있다. '단순히 좋아해서 하는 행동', '오해에서 비롯된 집착'이라는 은연중의 프레임은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법원 판결문을 살펴보면 무죄를 선고한 사건들에서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지 않았다'거나 '가해자가 피해자의 호의로 인식할 만한 정황이 있다'는 표현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는 개별 판사의 잘못이 아니라, '집착'을 범죄가 아닌 '관계의 문제'로 바라보는 사회적 관점이 법 해석에 녹아든 결과다.

피해자가 두려움을 느꼈다고 말하는 순간, 법원은 그것이 '합리적인 두려움'인지부터 심사한다. 피해자의 감정보다, '보통 사람의 관점'에서 납득 가능한 공포인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 보통 사람의 기준은 사회적 편견과 오래된 상식, 그리고 통계적으로는 '스토킹을 당해본 적 없는 사람'의 시선에 가깝다.

결국 검거율 37%라는 숫자는 대한민국 사회가 여전히 스토킹 범죄를 '증거로 입증해야 할 피해자의 주장'으로 여기고 있음을 방증한다. 처벌 강화라는 법적 장치는 만들어졌지만, 그것을 작동시키는 연료는 피해자의 희생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가해자를 더 세게 처벌할 방법'이 아니라, '피해자가 신고했을 때 구조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가'로 말이다. 통계 뒤에 가려진 63%의 진짜 의미는, 어떤 피해자가 완벽한 증거를 갖추지 못하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아닐까. 다음에 누군가 '스토킹 처벌이 강화됐다'는 뉴스를 읽을 때, 그 숫자 뒤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가 뒤바뀌고 있지는 않은지 곱씹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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