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숏폼 끄고 책 펴려다 5분 만에 포기한 사연

숏폼 끄고 책 펴려다 5분 만에 포기한 사연

어젯밤에도 분명 11시에 누웠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새벽 2시더라고요. 침대에 누워 '딱 5분만 봐야지' 하고 켠 유튜브 쇼츠가 화근이었습니다. 분명히 웃긴 강아지 영상을 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낯선 나라의 길거리 음식 제조 과정을 보고 있고, 그러다 또 정치 이슈에 댓글을 달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죠. 그러다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혹시 뇌가 고장 난 건 아닐까?'

내 뇌가 고장 났다는 걸 깨달은 순간

사실 이런 경험, 저만 하는 건 아닐 거예요. 친구들과 카페에 앉아있어도 각자 휴대폰을 보며 낄낄거리다가, 정작 서로 눈을 맞추고 깊은 대화를 나누려고 하면 5분을 채 못 버티고 정적이 흐르곤 하죠. 예전에는 영화 한 편을 봐도 끝까지 몰입해서 보고, 그 여운으로 며칠을 보내기도 했는데 이제는 2시간짜리 영화가 너무 길게 느껴집니다. '빨리 감기'를 하거나, 아예 10분짜리 요약 영상으로 때워버리곤 하죠.

얼마 전에는 야심 차게 서점에 들러 베스트셀러 소설을 한 권 샀습니다. 휴대폰은 거실에 던져두고 침대에 앉아 첫 페이지를 넘겼죠. 그런데 놀랍게도 단 세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손이 근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무 소식도 오지 않았을 게 뻔한데도 '혹시 카톡 왔나?', '인스타에 누가 좋아요 눌렀나?' 하는 생각에 집중력이 산산조각 났습니다. 글자가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그냥 튕겨 나가는 기분, 여러분도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문장을 읽고 있는데 머릿속에서는 계속 다음 자극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리는 것 같더라고요.

왜 우리는 1분 이상 집중하지 못할까?

우리의 뇌는 지금 엄청난 도파민 폭격 속에 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도파민을 얻으려면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멀리 가거나, 운동을 열심히 하거나, 힘든 과정을 거쳐 무언가를 성취해야 했죠. 하지만 지금은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세상에서 가장 자극적인 장면들이 쏟아집니다. 15초, 30초짜리 짧은 영상들은 우리 뇌에 아주 쉽고 빠른 보상을 줍니다. 이렇게 '빠른 보상'에 길들여진 뇌는 책 읽기나 깊은 사색처럼 '느린 보상'을 주는 행위를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이걸 '팝콘 브레인'이라고 부른다더군요. 팝콘이 톡톡 터지는 것처럼 강렬하고 즉각적인 자극에만 반응하고, 일상적인 자극에는 무감각해진 상태를 말합니다. 실제로 제가 느꼈던 그 '근질거림'이 바로 뇌가 다음 팝콘을 달라고 보내는 신호였던 셈입니다. 우리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우리 뇌의 회로 자체가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이 참 씁쓸하면서도 무섭게 다가왔습니다.

텍스트를 잃어버린 시대, 대화도 짧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집중력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사회 전반의 소통 방식도 변하고 있어요.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나 기사 댓글을 보면 가장 많이 보이는 말이 뭔지 아시나요? 바로 '세 줄 요약 좀'입니다. 조금만 글이 길어져도 읽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거죠. 맥락을 파악하고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는 능력이 퇴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화도 점점 단순해집니다. 복잡한 감정을 설명하기보다는 '대박', '킹받네', '어쩔' 같은 짧은 신조어나 이모티콘 하나로 퉁쳐버리곤 하죠. 상대방의 긴 이야기를 진득하게 들어주는 것도 힘들어합니다. 내 할 말만 짧게 던지고, 상대방의 반응이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지루해하는 기색을 내비치기도 합니다. 타인의 삶을 깊이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긴 서사를 들어야 하는데, 우리는 오직 '하이라이트'만 보길 원하니까요. 결국 공간은 함께 점유하고 있지만 마음은 각자의 섬에 갇힌 채 짧은 신호만 주고받는 모양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도파민 디톡스'가 말처럼 쉽지 않은 이유

결심을 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숏폼 앱을 다 지워보기로 했죠. 첫날은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둘째 날부터 금단현상이 오더라고요. 화장실에 갈 때 휴대폰이 없으니 너무 어색하고, 밥 먹을 때 영상을 안 보니 밥맛도 안 나는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세상의 흐름에서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함이 가장 컸습니다. '남들 다 아는 챌린지 나만 모르면 어떡하지?', '지금 실시간으로 터지는 이슈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 말이죠.

우리가 숏폼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건, 단순히 재미있어서만이 아닙니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뭘 좋아하는지 우리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죠. 내가 우울할 때는 위로가 되는 영상을, 화가 날 때는 내 분노를 정당화해주는 영상을 기막히게 골라 보여줍니다. 이 거대한 자본과 기술의 집약체인 알고리즘을 평범한 개인의 의지로 이겨내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단순히 '앱을 지운다'는 행위 너머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아주 작은 것부터 다시 시작해보기

실패를 맛본 뒤, 저는 전략을 바꿨습니다. 거창하게 '디지털 단식'을 하는 게 아니라, 조금씩 뇌의 근육을 다시 키워보기로 한 거죠. 먼저 식사 시간에는 절대 휴대폰을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오로지 음식의 맛과 향에만 집중해봤습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평소보다 밥을 천천히 먹게 되고 배부름을 더 잘 느끼게 되더라고요.

두 번째로는 '종이 신문이나 잡지'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스크롤을 내리는 대신 종이를 넘기는 감각이 뇌에 다른 자극을 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처음엔 한 면을 다 읽는 데 한참 걸렸지만, 조금씩 문맥이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좋았던 건 '멍 때리는 시간'을 확보한 거예요. 지하철에서 휴대폰을 보는 대신 창밖 풍경을 보거나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뇌를 쉬게 해주니, 오히려 업무를 할 때 집중력이 더 올라가는 걸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뇌는 지금 안녕한가요? 혹시 이 긴 글을 읽으면서도 중간에 스크롤을 훅훅 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진 않으셨나요? 만약 그랬다면, 지금 당장 휴대폰을 뒤집어 놓고 1분만 눈을 감아보세요. 자극적인 영상이 주는 일시적인 쾌락보다, 내 안의 고요함이 주는 편안함이 훨씬 더 크다는 걸 조금씩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조금은 느리게 살아도 괜찮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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