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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슈
 

남들 다 가본 곳 안 가면 왠지 손해 보는 기분, 저만 그런가요?

남들 다 가본 곳 안 가면 왠지 손해 보는 기분, 저만 그런가요?

어젯밤 침대에 누워 무심코 SNS 피드를 넘기다가 문득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졌어요. 친구는 새로 생긴 성수동 팝업스토어에서 줄을 서서 찍은 사진을 올렸고, 건너건너 아는 분은 벌써 제주도의 숨겨진 카페에서 서핑을 배우고 있더라고요. 반면 제 일요일은요? 낮 12시가 다 되어 일어나 대충 라면 하나 끓여 먹고, 소파에 누워 유튜브 쇼츠를 넘기다 보니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거든요. 분명 몸은 편하게 쉬었는데, 그 화려한 피드들을 보는 순간 제 주말이 갑자기 '실패한 시간'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쉬는 것조차 '콘텐츠'가 되어버린 우리들의 일상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쉬는 시간조차 누군가에게 보여줄 만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며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냥 집 앞 놀이터 벤치에 앉아 멍하니 하늘만 봐도 충분한 휴식이었는데, 이제는 그 시간에 어떤 힙한 장소를 갔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그 경험이 얼마나 가치 있었는지를 증명해야만 비로소 '잘 쉬었다'는 도장을 받는 기분이 듭니다. 제 주변 지인 한 명은 주말마다 이른바 '핫플레이스'를 찾아다니느라 평일보다 더 바쁘게 보내곤 해요. 왕복 세 시간이 걸리는 카페에 가서 1시간 줄을 서고, 사진 100장을 찍어 그중 가장 잘 나온 한 장을 고르는 데 또 한 시간을 쓰죠. 정작 커피 맛은 기억도 안 난다면서도 '남들 다 가는 곳인데 나만 안 가보면 대화에 못 끼지 않냐'며 씁쓸하게 웃더라고요.

'갓생'이라는 단어가 주는 기묘한 죄책감

부지런하고 생산적인 삶을 뜻하는 '갓생'이라는 말, 참 좋은 취지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 단어가 유행하면서 부작용도 생긴 것 같아요. 아침 6시에 일어나 미라클 모닝을 하고, 퇴근 후에는 운동과 독서 모임을 하며 1분 1초를 쪼개 쓰는 사람들의 모습이 표준이 되면서, 그냥 평범하게 하루를 보낸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자책감을 느끼게 된 거죠. 저도 한때는 매일 아침 영양제를 챙겨 먹고 경제 뉴스레터를 읽으며 시작하지 않으면 하루가 망가진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붙이다 보니, 정작 제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는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남들이 좋다고 하는 루틴, 남들이 가야 한다고 하는 장소들을 따라가느라 제 마음의 소리는 뒷전이 된 셈이죠.

우리가 진짜로 잃어버린 건 '무표정의 시간'

블로그를 쓰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무표정으로 있어도 괜찮은 시간'인 것 같아요. SNS에 올릴 사진을 위해 억지로 미소를 짓거나, 멋진 배경을 찾으려 눈을 부릅뜨지 않아도 되는 시간 말이에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경험이 아니라, 오로지 나의 감각만을 위한 경험이 절실합니다. 지난 주말, 저는 큰맘 먹고 스마트폰을 서랍에 넣어두고 동네 공원을 한 바퀴 돌았어요. 유명한 장소도 아니고 대단한 경치가 있는 곳도 아니었지만, 발바닥에 닿는 흙의 느낌과 뺨을 스치는 바람의 온도가 생각보다 선명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제 주말은 꽉 찬 기분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최근에 언제 마지막으로 '사진 찍지 않고' 무언가를 즐겨보셨나요?남들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은 주말을 위하여

혹시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도 '이번 주말엔 뭐라도 해야 하나' 고민하고 계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감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번만큼은 남들의 피드에 휘둘리지 말고, 정말 본인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물어봐 주세요. 그게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는 것이든, 편의점에서 산 캔맥주 한 잔이든 상관없습니다. 타인의 시선이라는 필터를 거치지 않은 순수한 나의 시간이 쌓일 때, 비로소 우리는 남과 비교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거예요. 저도 이번 주말엔 '남들 다 가는 곳' 대신, 제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낡은 동네 책방에 가서 한참을 앉아 있다 올 생각입니다. 인증샷은 없겠지만, 제 마음속에는 가장 예쁜 기억으로 남을 테니까요.

우리는 모두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가끔은 세상의 속도에서 내려와 나만의 속도로 숨을 쉬어도 괜찮아요. 누군가의 '좋아요'보다 나의 '편안함'이 우선순위가 되는 그런 날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주말은 어떤 색깔인가요? 꼭 화려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당신이 편안하다면 그것으로 완벽하니까요.

#번아웃 #휴식 #갓생 #포모신드롬 #주말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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