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보장률 70%? 숫자 뒤에 아무도 말 안 해주는 의료비 부담의 진짜 이유
2025년 기준,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률은 70.3%다. 10만 원짜리 진료비 중 7만 원을 보험이 대준다는 뜻이다. 하지만 같은 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7명은 "의료비 부담이 전년보다 늘었다"고 응답했다. 보장률은 오르는데 체감 부담은 오히려 증가하는 역설, 이 숫자 뒤에는 어떤 구조가 숨어 있을까.
눈속임의 시작: 보장률이라는 지표를 만드는 방식
분모와 분자의 트릭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체 의료비 중 보험이 적용된 금액의 비율'로 계산된다. 그런데 여기서 '전체 의료비'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항목의 총액만 포함되고, 환자가 100% 본인 부담하는 비급여 항목은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즉, 보장률 70%라는 숫자는 원래 급여 영역 안에서만 측정한 값에 가깝다. 실제 환자가 지출하는 전체 의료비 중 보험 급여가 차지하는 비율을 따지면 50%대까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급여 항목의 눈덩이
초음파, MRI, 도수치료, 선택진료비 등 비급여 항목은 매년 증가 추세다. 2020년부터 2025년 사이 비급여 진료비 총액은 약 1.8배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새로 급여화된 항목보다 병원이 새롭게 개발하거나 기존 항목의 비용을 인상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 보장률 통계는 이 비급여 부문의 증가 속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병원의 선택적 수익 구조
적자 진료와 흑자 비급여
대부분의 종합병원은 건강보험 본인부담 진료(급여)에서는 적자를 본다. 수가가 원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병원은 비급여 항목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비급여 검사 등이 대표적이다. 202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수익 중 비급여 비중이 40%를 넘는 곳이 절반에 달했다. 이는 보장률이 아무리 높아져도 환자가 병원에서 내는 돈은 줄어들지 않는 구조적 이유다.
공급자 유인 수요의 함정
의사가 환자에게 진료를 권할 때, 금전적 이득이 개입될 가능성을 '공급자 유인 수요'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비급여 항목의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환자가 꼭 필요하지 않은 검사나 치료를 권유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23년 한 대학병원 연구에 따르면, 비급여 MRI 촬영 건수 중 약 20%는 임상적 필요성이 낮은 '예방적' 목적이었다. 이런 관행은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높일 뿐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준다.
고령화와 만성질환이 부추기는 진짜 지출
도수치료의 역설
건강보험 보장률이 오르면 일반적으로 환자 부담이 줄어들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만성질환자나 고령자의 경우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2024년부터 척추질환에 대한 도수치료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자, 병원은 '보험 적용 횟수 한도 내에서 추가 비급여 도수치료'를 묶음 상품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환자는 보험 적용 진료는 싸게 받지만, 추가 비급여 치료비를 더 많이 지출하게 된다. 이른바 '규제 회피형 상품화'다.보장률
치과·안과·한방의 사각지대
보장률 통계는 주로 급성기·의료기관 중심으로 산출된다. 하지만 국민 의료비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치과(임플란트, 교정), 안과(라식, 노안 교정), 한방(추나, 침) 등은 대부분 비급여이거나 제한적 급여다. 2025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전체 의료비 중 치과 비급여 지출이 4가구 중 1가구에서 월 10만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항목은 보장률 산정에서 사실상 제외되거나 과소평가된다.
해외 사례: 일본과 대만의 차이
보장률 80% 일본, 체감 부담은 오히려 낮은 이유
일본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80%를 넘지만, 비급여 항목이 엄격히 규제되어 있다. 병원이 자체적으로 비급여 검사를 도입하려면 후생노동성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승인 건수도 매우 제한적이다. 그 결과 일본 환자의 의료비 중 비급여 비중은 20% 미만이며, 본인부담률은 공식 보장률에 훨씬 가깝다. 한국의 경우 비급여 항목이 법적으로 금지되지 않고 병원 자율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보장률과 체감 부담 사이의 괴리가 크다.
대만의 전액 급여화 전략
대만은 1995년 건강보험 도입 이후 모든 국민이 동일한 보험료와 혜택을 받는 단일 보험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보장률은 70%대지만, 비급여 항목 자체가 거의 없고 대부분 급여 항목 내에서 공급된다. 대신 본인부담상한제를 강력히 운영해 연간 본인부담이 일정 금액을 넘으면 전액 면제해준다. 한국도 본인부담상한제가 있지만, 제외 대상(비급여, 간병비 등)이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통계 너머: 우리가 결국 지불하는 가격
건강보험 보장률 70%는 국민 한 사람이 병원에서 내는 돈의 30%만 본인 부담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실제로는 급여 항목으로 분류된 진료비 중 70%를 보험이 부담한다는 뜻이며, 그 외의 항목은 통계 밖에 존재한다. 결국 개인이 느끼는 의료비 부담은 보장률보다 병원의 비급여 마케팅, 고령화에 따른 추가 검사, 만성질환 장기 치료비 등에 더 크게 좌우된다. 건강보험 재정 지출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그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신약·신기술 급여화에 사용되고, 비급여 부문은 오히려 팽창하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통계가 오르는데 왜 내 주머니는 가벼워지지 않는지 묻기 전에, 우리가 어떤 '의료비'를 보장률의 분모에 넣고 있는지 먼저 질문해야 한다. 당신이 병원에서 받은 진료비 영수증, 과연 건강보험 보장률 70%가 적용된 결과일까? 아니면 통계가 보여주지 않는 다른 무언가가 더해진 결과일까?